'하루 뒤 차액결제'→'실시간 총액결제' 전환…올해 종합계획 수립
"모바일 현금카드로 QR코드 방식 입출금 서비스 연내 개시 목표"
한국은행이 신용 리스크(위험)가 없는 실시간 총액결제(RTGS:Real Time Gross Settlement) 시스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QR코드 방식의 모바일 현금카드 ATM(현금자동출납기) 입출금 서비스를 올해 안에 시작하고,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관련 추가 모의실험과 연구도 진행한다.
한은은 27일 공개한 '2022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신속 자금이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RTGS 방식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며 "올해 안에 관련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은행 간 소액거래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거래 다음 날 오전 11시 한은이 은행 사이 차액을 정산해주고 결제를 마무리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여러 건에 걸쳐 A 은행에서 B 은행으로 50만원이 이체됐고, B 은행에서 A 은행으로 100만원이 이체됐다면 당일 A 은행과 B 은행은 상대 은행으로부터 이체 건이 넘어올 때마다 우선 자기 돈으로 먼저 지급한다.
이후 다음 날 오전 11시 한은은 B 은행의 당좌예금 계좌에서 차액 50만원을 빼 A 은행에 넣어준다.
하지만 각 금융기관이 차액결제에 앞서 미리 지급하는 이 방식에는 불가피하게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
확률은 낮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하루나 이틀 짧은 시간에 은행이 갑자기 파산에 이를 경우, 파산 은행을 상대로 거래한 은행들은 다음날 차액을 정산받을 수 없어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RTGS는 우리나라와 같은 이연 차액결제(DNS:Deferred Net Settlement) 방식과 달리 수취인 계좌에 실시간으로 돈이 지급되는 순간 해당 건에 대한 은행 간 결제까지 완전히 마무리되는 형태다.
거래 건마다 바로 은행 간 정산이 끝나는 만큼, 이연 차액결제와 같은 신용 리스크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RTGS의 대표적 사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7월 내놓을 '페드나우'(FedNow)다.
ECB(유럽중앙은행)도 RTGS 시스템을 개통했고, 2012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러시아, 브라질, 헝가리, 캐나다, 호주, 홍콩 등에서 중앙은행 또는 민간이 운영하는 RTGS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김준철 한은 결제정책부장은 "SVB 사태가 RTGS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전산 시스템을 바꿔야하는데, SVB 인출 사태 등을 보면서 신용 리스크를 없애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SVB 사태로 부각된 이연 차액결제 시스템의 신용 위험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한은은 차액결제 실패를 대비해 은행으로부터 받아놓는 담보(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의 비율도 2025년 8월까지 100%로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한은은 연내 QR코드 방식을 통해 모바일 현금카드로 ATM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모바일 현금카드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으로 NFC(근접무선통신) 인식이 가능한 ATM에서만 입출금이 가능하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ATM 가운데 NFC 인식이 불가능한 기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7%에 이른다.
하지만 QR코드 방식이 도입되면, 운영체제 등에 상관없이 모든 스마트폰에 저장된 모바일 현금카드로 ATM에서 입출금을 할 수 있게 된다.
박철우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9월까지 관련 표준 개발 작업을 마치면, 은행권이나 서민금융기관 등이 각자 자신들의 ATM에 표준을 적용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은행의 경우 먼저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CBDC 관련 실험과 연구도 이어진다.
한은은 국내외 기관·민간 등과 함께 CBDC 활용 사례를 점검하고, 금융기관과의 연계 실험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한은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고, 향후 CBDC를 도입할 경우 최종 설계모델은 모의시스템과 다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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